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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기념행사

[백범일지⑤] 김구 선생, “자유의 나라에서만이 높은 문화 발생, 동포여! 독재정치 조심하라”

by 매거진 한리프 2025. 6. 29.

 
[편집자의 글] 서울특별시 용산구 효창공원(옛 효창원)에 위치한 〔백범김구기념관〕. 전시실 1층에는 백범(白凡) 김구(金九, 1876~1949) 선생의 흰색 대형 좌상(坐像)이 있고, 좌상을 에둘러 시대상과 활동, 가계와 일대기를 전시해 놓았다. 2층에는 김구 선생의 자서전 격인 《백범일지 白凡逸志》와 임시정부 내 주요 보직과 역할 등을 시기별로 전시하고 있다.

기념관 탐방을 마치고 《백범일지》가 새삼 궁금해졌다. 이내 인터넷서점을 통해 새로 구입해서 읽어 보았다. 새롭게 편집된 최신판 《백범일지》를 읽으면서 김구 선생에 대한 생각이 깊어졌다. 통상 표면적으로 얘기하는 〔민족지도자 民族指導者〕라는 수식어에 의구심이 생겼다. 혹여 김구 선생의 사상을 〔민족 民族〕에만 국한해 놓고는, 지나간 과거 역사의 한 인물로만 축소해 놓고는, 그의 진면목(眞面目)을 놓치고 있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나의 소원〉을 다시 새롭게 읽어 보니, 김구 선생께서 스스로 자신의 정치이념을 밝혀 놓으신 부분을 보고 크게 놀랐다. 흔히 〔자유 自由〕의 신봉자로 초대 국회의장을 거쳐 초대 대통령을 역임한 우남(雩南) 이승만(李承晩, 1875~1965) 박사를 꼽곤 하는데, 김구 선생께서는 명징한 언어로 누누이 곳곳에서 〔자유 自由〕가 자신의 근본 정치이념임을 강조하고 있었다. 

김구 선생은 〈나의 소원〉에서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 특히 문화강국이 되기를 소원한다는 유명한 말씀을 하셨는데, 그 저변에는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대전제(大前提)로서 대자유(大自由)가 있었다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김구 선생은 〈나의 소원〉에서 동서양 막론하고 세계의 이념적 사례를 들어 설명하면서 재삼재사 〔자유 自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계셨다. 선생은 “우리나라가 독재국가가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이미 “어떠한 형태라도 독재정치는 배격한다”고 말씀하셨고, 동포들에게 “독재국가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경종(警鐘)을 울리고 또 대오각성(大悟覺醒)를 촉구하고 계셨다.

아래는 지난 6월 26일(목) 백범 김구 선생의 제76주기 추모식을 맞아 새삼 〔백범김구기념관〕을 탐방하면서 느꼈던 생각들을 차분하게 곱씹고, 선생의 유명한 글 〈나의 소원〉 중에서 일부분을 필사하며 정리한 것이다. 마치 선생께서 직접 육성(肉聲)으로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있는 장면을 떠올린다면 더욱 생생하게 느껴질 수 있을 듯하다. 

주된 내용은 ▲ 조국에 돌아오며 느꼈던 귀환의 감격 ▲ 효창공원에 조성된 안중근(安重根, 1879~1910) 의사의 가묘(假墓)와 일본에서 참혹하게 순국한 백정기(白貞基, 1896~1934), 윤봉길(尹奉吉, 1908~1932), 이봉창(李奉昌, 1900~1932) 등 세 분 의사(삼의사 三義士)의 봉환, 그리고 ▲ 백범 김구 선생께서 직접 밝히신 정치이념 〔자유 自由〕에 관한 것이다. 몇 차례 나눠 싣는다. 

 

클릭! 백범김구기념관

 

 


 

■ [백범일지] 자유의 나라에서만이 가장 크고 높은 문화 발생: “사상 종교 속박 옳지 않다”


그러므로 어느 한 학설을 표준으로 하여서 국민의 사상을 속박하는 일은 어느 한 종교를 국교로 정하여서 국민의 신앙을 강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옳지 아니한 일이다. 

산에 한 가지 나무만 나지 아니하고, 들에 한 가지 꽃만 피지 아니한다. 여러 가지 나무가 어울려서 위대한 삼림의 아름다움을 이루고 백가지 꽃이 섞여 피어서 봄들의 풍성한 경치를 이루는 것이다.

우리가 세우는 나라에는 유교도 성하고, 불교도 예수교도 자유로 발달하고, 또 철학을 보더라도 인류의 위대한 사상이 다 들어와서 꽃이 피고 열매를 맺게 할 것이니, 이러하고야만 비로소 자유의 나라라 할 것이요, 이러한 자유의 나라에서만 인류의 가장 크고 가장 높은 문화가 발생할 것이다.

...... (중략 中略: 중간 생략) 

백성들의 작은 의견은 이해관계로 결정되거니와, 큰 의견은 그 국민성과 신앙과 철학으로 결정된다. 여기서 문화와 교육의 중요성이 생긴다. 국민성을 보존하는 것이나 수정하고 향상하는 것이 문화와 교육의 힘이요, 산업의 방향도 문화와 교육의 힘으로 결정됨이 큰 까닭이다.

교육이란 결코 생활의 기술을 가르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교육의 기초가 되는 것은 우주와 인생과 정치에 대한 철학이다. 어떠한 철학의 기초 위에, 어떠한 생활의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곧 국민교육이다. 그러므로 좋은 민주주의의 정치는 좋은 교육에서 시작될 것이다. 

건전한 철학의 기초 위에 서지 아니한 지식과 기술의 교육은 그 개인과 그를 포함한 국가에 해가 된다. 인류 전체를 보아도 그러하다.

백범 김구 선생 친필 [독립만세 獨立萬歲] @ 백범김구기념관

 

 


 

■ [백범일지] 독재정치 배격 경고: “동포여! 독재정치가 아니 되도록 조심하라” 

 
이상에 말한 것으로 내 정치 이념이 대강 짐작될 것이다. 나는 어떠한 의미로든지 독재정치를 배격한다. 나는 우리 동포를 향하여 부르짖는다. 결코 독재정치가 아니 되도록 조심하라고. 우리 동포 각 개인이 십분의 언론 자유를 누려서 국민 전체의 의견대로 되는 정치를 하는 나라를 건설하자고. 

일부 당파나 어떤 한 계급의 철학으로 다른 다수를 강제함이 없고, 또 현재의 우리들의 이론으로 우리 자손의 사상과 신앙의 자유를 속박함이 없는 나라, 천지와 같이 넓고 자유로운 나라, 그러면서도 사랑의 덕과 법의 질서가 우주 자연의 법칙과 같이 준수되는 나라가 되도록 우리나라를 건설하자고. ...... (중략) 

나는 미국의 민주주의 정치제도가 반드시 최후적인 완성된 것이라고는 생각지 아니한다. 인생의 어느 부분이나 다 그러함과 같이 정치형태에 있어서도 무한한 창조적 진화가 있을 것이다. 

더구나 우리나라와 같이 반만년 이래로 여러 가지 국가형태를 경험한 나라에는 결점도 많으려니와, 교묘하게 발달된 정치제도도 없지 아니할 것이다. 

가까이는 이조시대로 보더라도 홍문관(弘文館)·사간원(司諫院)·사헌부(司憲府) 같은 것은 국민 중에 현인(賢人)의 의사를 국정에 반영하는 제도로 멋있는 제도요, 과거제도와 암행어사 같은 것도 연구할 만한 제도다.

역대의 정치제도를 상고하면 반드시 쓸 만한 것도 많으리라고 믿는다. 이렇게 남의 나라의 좋은 것을 취하고, 내 나라의 좋은 것을 골라서 우리나라에 독특한 좋은 제도를 만드는 것도 세계의 문운(文運)에 보태는 일이다.


1947년 
샛문 밖에서 
 

클릭! 백범김구선생 기념사업회

 

 



※자료: 김구(1947), 도진순 주해(2024, 1997), 《백범일지: 백범 김구 자서전》, 돌베개

 

백범일지 : 알라딘

는 1947년 최초로 출간된 이후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져 왔고 현재도 꾸준히 읽히고 있는 전국민의 필독서. 27년간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이끌어온 민족독립운동가이자, 자신의 전 생애

www.aladin.co.kr

 
 

※ 참고

▶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 문화체육관광부 대한민국역사박물관